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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 스님 “아름다운 부산에서 아름다운 마음 갖고 살자” - 부산일보

범어사 | 2024-02-29 | 조회수 : 298

정여 스님 “아름다운 부산에서 아름다운 마음 갖고 살자”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넉 달 전 범어사 2대 방장 임명
“순리대로 물 흐르듯 살아야
선찰대본산의 가풍 이을 것
하루 1~5분이라도 명상을”

금정총림 범어사 제2대 방장 정여 스님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갑시다”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금정총림 범어사 제2대 방장 정여 스님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갑시다”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25일 금정산 자락 범어사 안양암은 적요했다. 초대 방장 지유 스님에 이어 지난해 11월 1일 금정총림 범어사 제2대 방장이 된 정여 스님이 머무는 곳이다. 계명봉에서 흘러내리는 산세와 남산봉이 드리운 산세 사이, 시원히 트인 저 먼 전망 속에서 겹겹의 산들이 검고 장대한 육질을 묵묵히 펼쳐놓고 있었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정여 방장 스님은 “화합이 근본 중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세간과 출세간, 종교 정치 국민을 막론하고 화합이 중요해요. 똑똑한 이들이 많기에 집안이 시끄러운 거지요. 소리가 난다는 것은 인물이 많다는 거요. 하나로 쉬 묶을 수 없는 갖가지 색깔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시끌시끌해야 발전도 있는 거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 화합으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화합이 근본 중 근본이라는 건 그 말이에요.” 금정총림은 대한불교조계종 6대 총림의 하나이며, 방장은 총림의 최고 어른으로 임기 10년이다.

스님은 “범어사는 의상 대사 이후 1350여 년 세월이 지나도 더욱더 아름답게 바뀌어가는 문화의 보고이자 복된 명당”이라고 했다. 이런 곳에 제각각 뜻을 가지고 서로 섞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근본 화합이 자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서로 다른 산세가 하나의 탁월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빚어내듯이.


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세간과 출세간, 종교 정치 국민을 막론하고 화합이 근본 중의 근본”이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세간과 출세간, 종교 정치 국민을 막론하고 화합이 근본 중의 근본”이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스님은 ‘여(如)’ 자를 말했다. 같다, 그러하다는 뜻이다. ‘여’는 제대로 움켜잡을 때 생사를 꿰뚫는 1자, 그 요체일 수 있다. 손아귀에 쉬 넣을 수 있으면서 없는 것이다. 일심(一心)을 모아라, 며 그걸 겹쌓은 것이 ‘여여(如如)’다.

“한여름 신불산 자락 석계 오룡골에서 수행할 때, 새벽에 방문을 여는 순간이었어요. 여느 날과 다름없는 그 새벽, 만물이 깨어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대상과 내가 둘이 아니고, 천지가 한 몸이구나, 라는 걸 문득 알아챘는데 둘이 아니니 시비 분별이 없는 거죠. 바로 이대로구나, 잘 펼쳐져 있구나, 얻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라는 걸 느꼈지요. (그 순간이 번쩍하고 왔습니까?) 본인만이 미소 짓는 겁니다.” 시비 분별없는 그대로가 ‘여여’다. 스님은 그것을 “때 묻지 않은 연꽃 마음, 구름 뒤의 파란 하늘”이라고 했다.

스님은 출가 전 1968년 베트남전에 파병돼 갔다. 그때 전우들의 죽음을 체험한 것이 출가의 계기가 됐다. 1947년 충북 음성군 출생의 스님은 “참혹한 전쟁, 헐벗은 인간, 삶과 죽음의 처절한 실상을 목격했다”며 “허기였을까, 제대 후 좋아하던 산을 더 많이 다녔다”고 했다. 산처럼 되고 싶었던 그 시절을 품은 것이 스님의 호 ‘여산(如山)’이다. 이를테면 ‘자연은 다툼이 없구나’라는 젊은 시절의 산행 느낌이 누적돼 ‘오룡골 새벽의 깨침’으로 이어진 셈이다.


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범어사는 의상 대사 이후 1350여 년 세월이 지나도 더욱더 아름답게 바뀌어가는 문화의 보고이자, 복된 명당”이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범어사는 의상 대사 이후 1350여 년 세월이 지나도 더욱더 아름답게 바뀌어가는 문화의 보고이자, 복된 명당”이라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스님은 ‘법(法)’ 자를 말했다. “물(水) 흐르듯이 가는(去) 것이 법인데, 희한하게도 물 흐르듯 하면 법이 필요 없지요. 제대로 된 법은 법이 필요 없는 거예요. 시비 다툼이 없으니 그게 ‘여여’인 겁니다.” 스님은 은사 벽파 스님의 맏상좌다. “은사님은 범어사 주지를 세 번이나 역임한 타고나신 분이었어요. 스님의 가풍이 ‘순리대로 물 흐르듯 살아라’는 것이었지요.”

그 순리를 따라 스님은 시중 포교 쪽에 큰 자취를 남겼다. ‘한글 주련’으로 알려진 범어사 금강암의 8년 중창 불사를 마치고 다시 쌍계사에서 3년간 수행을 한 뒤였다. 스님은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어린이 포교와 사회복지에 관심을 기울여 대한불교교사대학도 설립하고, 대학에 들어가 복지학 공부를 하고 2곳의 복지관 관장을 10년간 맡으면서 무료 급식, 노숙자 센터 운영,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육아 지원, 방북 사업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여여’를 시중에 각인시켰다. “수행과 포교는 같고도 다르지 않은가요”라는 질문에 스님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스스로 수행이 되어야 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하루 5분, 3분, 1분만이라도 마음을 모으는 명상이 참 좋다”라고 권했다. 정대현 기자 jhyun@범어사 방장 정여 스님은 “하루 5분, 3분, 1분만이라도 마음을 모으는 명상이 참 좋다”라고 권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스님은 2008~2012년 범어사 주지 소임을 다한 뒤 칠순을 넘기고 문경 설악산 오대산을 찾아 또 6안거를 수행했다. “이를테면 해외여행을 나이 들어서도 갈 수 있는 거지요. 산 나무 바위 새소리 물소리를 그만큼 깊이 느끼게 되는 거고. ‘대중이 공부를 시킨다’고 50명 젊은 대중과 정진하면서 뿌듯하고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스님은 “출가의 근본은 깨달음에 있는 것이고, 3보 사찰과 격을 나란히 하는 범어사는 선찰대본산으로서 120여 년 전 성월 스님이 경허 스님을 모셔 확립한 수행 가풍을 오늘도 이어가는 곳”이라며 “용성 만해 동산 스님을 통해 한국불교 역사의 전환점을 이뤄낸 범어사 선풍을 잘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장 취임 후 스님은 안거 수행에 융통성을 꾀한 지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루 30분만 정진하면 삶이 순수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는 스님은 “아니 5분, 3분, 1분만이라도 마음을 모으는 것이 참 좋다”며 명상을 곡진히 권했다.

스님은 “바다 해변 산이 조화롭게 어울린 부산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가. 유럽인들이 꼽는 나폴리 이상이다”라며 부산 시민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서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고 긍지를 가졌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도시 부산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갑시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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