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AI 진단 맞춤형 '마음처방전' 체험
오감 깨우는 명상 체험과 야외 서핑 요가
명상 지도와 클래식 어우러진 산사 음악회
종교 넘어 시민 치유 돕는 '웰니스 플랫폼'

"남의 기대를 등에 업고 달려온 사람."
핸드폰 화면에 뜬 인공지능(AI)의 진단명이다. 기자가 '자존감'이라는 고민과 '나답게 살고 싶어서'라는 핵심 동기를 입력하자 AI는 매일 5분 호흡 명상과 페퍼민트티, 편백 인센스를 처방했다. 진단을 받는 '마음처방소' 부스에서 진행된 체험이다. 스마트폰으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AI가 개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명상법과 향, 차를 각각 추천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기기와 명상을 결합해 현대인에게 맞춤형 웰니스(Wellness)를 제공하는 '2026 선명상축제 부산 범어사(금정산 BEO 선명상 힐링페스타)'가 9월 5일 범어사 선문화관 일대에서 열렸다. 조계종 미래본부와 범어사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기존의 종교적 색채를 덜고, 시민들이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치유의 장으로 마련됐다.


'마음처방소' 체험은 4단계로 이어졌다. 핸드폰으로 AI가 고민과 동기를 진단하는 단계에 이어, 진단 결과에 맞춰 명상법을 제공받는 '마음약국', 감정을 비우는 '마음비움터', 일상 속 화두를 세우는 '나만의 화두찾기'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별 고민과 동기에 따라 처방 내용이 각기 다르게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진단 결과지를 받아 부스별로 이동하며 4단계를 순서대로 체험했다.




이날 범어사에서는 오감을 활용한 세부 명상 프로그램이 시간대별로 운영됐다. '슬리핑 소리명상'은 싱잉볼과 명상 악기가 만들어내는 공명 속에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심신을 이완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지원 스님의 지도로 '좌종 소리선명상'도 열렸다. 파동과 공명이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가운데, 소리가 사라지는 여백을 관찰하며 본래의 나를 인지하는 체험이 진행됐다.


신체와 미각을 활용한 체험 부스도 마련됐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일상의 긴장을 푸는 '테라무브', 사찰음식 재료를 활용해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푸드테라피' 및 식(食)명상이 운영됐다. 야외에서는 숲길 걷기 명상, 선(禪) 민화 체험, 보태니컬 아트 등 자연과 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특히 당초 광안리 해변에서 예정됐던 '일출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명상'은 강풍으로 인해 취소됐으나, 서핑 보드를 범어사 경내 야외 무대로 옮겨와 산속에서 즐기는 '야외 서핑 요가'로 대체 운영하며 기상 악화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주간 명상 체험이 마무리된 후, 야외 주차장 특설 무대에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음이 머무는 밤(Mindfulness Concert)'이 진행됐다. 법문과 음악, 침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 행사는 평화, 감사, 환희, 희망이라는 4가지 테마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참가자들이 직접 내면을 들여다보는 실천적 명상이 결합된 점이 돋보였다. 각 무대의 사이마다 석산 스님이 직접 단상에 올라 해당 테마에 맞춘 화두와 명상법을 안내했다. '감사' 테마에서 스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고 이끌자 시민들은 일제히 눈을 감고 선명상에 잠겨 호흡을 골랐다.


스님의 지도로 형성된 고요한 침묵의 여백은 곧바로 문화예술로 채워졌다. 범어사 어린이합창단의 맑은 합창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윤재웅, 테너 정윤필, 첼리스트 우리라, 플루티스트 김성식의 클래식 연주가 가을밤 산사에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주제별 명상으로 마음을 비운 직후 이어지는 선율을 들으며, 예술적 감동과 내면의 치유를 동시에 경험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명상을 일상의 치유 도구로 체험했고 소감을 전했다.
직장 동료들과 행사장을 찾은 이유민(39) 씨는 "보통 조용한 실내에서만 명상을 해왔는데, 아이들의 소리와 음악, 풍경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명상을 하니 마음의 평화와 힐링을 더 깊이 얻을 수 있었다"며 "직장이나 가정에서 힘들 때 조용히 명상을 하곤 하는데, 이번 다채로운 경험이 일상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범어사 석산 스님(선문화관장)은 사찰이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웰니스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산 스님은 "이번 축제는 부산 지역 명상 지도사 및 단체들과 협력하여 기획됐으며 소외된 이웃을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 악화라는 위기를 산사 요가라는 기회로 바꾼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난다"며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법이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과 통하듯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